







짜여 있으면서도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만들고 싶었던 황은영은 아무 생각 없이 사과, 종이, 나무 상자를 배열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 다시 대충 주워 담았다. 어릴 때 배우던 피아노곡 중 가장 이상해서 좋아했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Invention>을 떠올리면서 으스스하고 유쾌한 농담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이, 사과, 나무 상자가 바흐의 피아노 연습곡 <Invention>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종이, 사과, 나무 상자는 몇 가지 규칙 아래 짜여 있지만, 동시에 초점이 흐트러져 있다. 펼쳐지고 어긋나는 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가 하면, 곧이어 실소가 나오게 하는 책 『Invention』은 어디를 보아야 할지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게 정신을 혼미하고 상쾌하게 만들 것이다.
황은영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 까만개 프레스를 운영하며 여러 관심사를 책으로 만든다. 『탁자 위에 달걀이 있다』 등 여러 책을 냈다.
Wanting to make something organized and systematically structured but simultaneously unfocused and distracted, Hwang Eunyoung started to arrange apples, folded papers and wood boxes according several contrapuntal rules. After seeing them distract each other, she put them back on a page. With the memory of playing a piece of Bach’s Invention on the piano when she was a child, her goal was to make a simple and small structural joke on that.